[평창&페스티벌·(2)시민 참여 문화 올림픽]'버선발 손님맞이' 웰컴숍 아름다운 추억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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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와 강릉 지역 상인들이 세계 각국 올림픽 손님들이 시민들의 따뜻한 정과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위해 문화 교류의 장인 웰컴숍을 운영하고 있다. 강릉/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카페 등 강릉 지역 447개 상점
추위에 벌벌 떠는 관광객 반겨
상인 샘솟는 서비스 아이디어
호스트 외국인 "본국에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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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개최됐던 일본 나가노동계올림픽은 '대표적 적자올림픽'이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그러나 당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감명을 준 것은 정성껏 손님을 맞이하던 나가노 시민들의 독특한 참여방식이었다.

'1점포 1나라 응원운동', '1학교 1나라 교류운동'을 통해 당시 올림픽에 참가했던 72개국의 국기와 응원문구를 나가노의 점포들이 나누어 게시하고 각국의 승전을 응원해주었다.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참가국들은 일본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오래도록 지울 수 없었다.



이를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강릉에서 시작됐다. 지난 6일부터 25일까지 강릉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손님맞이 의식 '웰컴숍 프로젝트'다.

상점들이 힘을 모아 여행객들을 웃게 할 수 있는 작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인데 '손님이 오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갑게 맞이한다'는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의식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포스터 디자인도 빨간 바탕에 흰 버선모양이다. 현재 강릉시내 웰컴숍은 카페, 이용원, 안경점, 레스토랑, 한복대여점, 편의점, 옷수선 가게, 기념품점 등 업종 수만 30여개가 넘고 총 447개 상점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도 참여의사를 밝히는 상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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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와 강릉 지역 상인들이 세계 각국 올림픽 손님들이 시민들의 따뜻한 정과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위해 문화 교류의 장인 웰컴숍을 운영하고 있다. 강릉/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웰컴숍의 서비스 방식은 상점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된다. 이발사는 턱수염이 많은 외국인들에게 콧수염과 앞머리를 무료로 잘라주고 카페에서는 커피를 구매하지 않아도 핸드폰 충전과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식당에서는 추위에 떠는 여행객들에게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따뜻한 물을 제공하고 고소한 달걀 프라이를 덤으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서비스는 무료로 화장실을 개방하는 일이다. 강릉시내의 공공화장실 부족과 여행객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웰컴숍 상점주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다.

웰컴숍 상인들의 참여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디든 빨간 바탕에 흰 버선모양의 포스터가 붙어 있는 집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웰컴숍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강릉시 명주로의 이발사 홍성택씨는 "한번 왔던 캐나다 선수들이 웰컴숍 서비스가 특별한 추억이 됐다며 이후에도 몇 번이나 다시 찾아오더라"며 뿌듯해했다.

또 강릉에서 장기 체류하며 웰컴숍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남아공 출신의 데보라 제인 케언즈(Deborah Jane Cairns)씨는 "한국에서 4년간 장기체류했기 때문에 손님이 아니라 웰컴숍 참여자로 참가했는데 한국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본국에 돌아가서 강릉시의 독특한 시민참여운동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감회를 밝혔다.

'웰컴숍 프로젝트'가 처음 탄생하게 된 배경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축제인 '강릉단오제위원회'가 두 해 전부터 새로운 시민참여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때마침 강릉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민간 문화기획단 '파랑달협동조합'이 아이디어를 내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이를 눈여겨 본 '강릉시'가 대대적인 홍보와 확장을 거쳐 오늘과 같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역의 문화행정과 시민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보기 드문 우수사례다.

또한 올림픽과 같은 국가적 행사에 경기티켓을 사서 직접 관람하는 것만이 참여가 아니라, 작은 수고라도 시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건강한 문화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이 진짜 축제가 되는 이유다.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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