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시민 프로젝트 ‘웰컴숍’ 인기
동계올림픽 영국 선수단 수송 업무를 맡고 있는 앤듀가 20일 강원 강릉시 명주동에 있는 세영이발소를 찾아 턱수염을 손질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영이발소 주인 홍성택씨는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수염을 손질해주고 있다. 강릉시 제공
“올림픽 손님들에게 한국의 정(情)을 선물합니다.”
20일 오전 강원 강릉시 명주동에 있는 세영이발소에 50대 남성 외국인이 들어서며 주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영국 선수단 수송 업무를 맡고 있는 앤듀는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지난 6일 우연히 이 이발소를 찾았다가 단골손님이 됐다.
3~4일에 한 번씩 이발소를 찾아 수염 등을 손질하는 그는 “너무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은데 요금을 받지 않아 미안할 정도다. 이곳에서 수염을 다듬으면 10년가량 젊어 보인다”며 “베리굿”을 연발했다. 주인장의 친절에 감동한 그는 영국인 동료 4명에게도 이곳을 소개해 함께 찾고 있다.
세영이발소 주인 홍성택씨(67)는 “화요일은 원래 휴무일인데 앤듀가 찾아온다고 해 문 열고 수염을 손질해줬다”며 “외국인 손님들에게 앞머리, 수염, 콧수염 손질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어 “머리를 전체적으로 손질한 경우에 한해 1만원을 받고 있다”면서 “간단한 머리 손질을 한 외국인 손님들도 돈을 내겠다고 하는데,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사절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림픽 개막 후 지금까지 13명의 외국인이 세영이발소의 단골손님이 됐다.
이 이발소는 강릉시에서 올림픽 외국인 손님들이 한국 특유의 정(情)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시민참여 프로젝트인 ‘웰컴숍(Welcome Shop)’ 가입 업소다. 강릉 도심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각종 상점 450여곳이 자발적으로 웰컴숍에 참여해 올림픽 손님들에게 따뜻한 정을 전하고 있다.
웰컴숍 가입 업소에서는 올림픽 기간 동안 외국인 손님 등에게 문화관광 정보와 무선인터넷 사용, 식수 제공, 화장실 개방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부 웰컴숍에서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톡톡 튀는 이벤트와 서비스로 강릉을 찾은 외국인 손님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강릉시 솔올로에 위치한 ‘붓으로 여는 세상’ 송현정 대표는 웰컴숍 포스터를 보고 찾은 외국인 손님들에게 ‘한글 캘리그래피’를 써서 선물하고 있고, 경강로의 신영극장에서는 우리나라 독립예술영화 10편을 선정해 영어 자막을 곁들여 매일 오후 1시에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데버러 제인 케언스(38)는 “강릉시내에서 캘리그래피로 한글 이름도 써보고 안목해변의 카페에서 무료로 엽서를 받아 엄마에게 편지도 썼다”며 “인상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문란 강릉시 문화올림픽과 문화기획담당은 “외국인 손님들이 개최지 주민들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웰컴숍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며 “너무 많은 업소가 참여 의사를 밝혀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개막 후 웰컴숍을 찾은 내외국인 손님은 현재 1만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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