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4. 매일경제 <할아버지 나라로 돌아온 고려인 학생들의 특별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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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172.♡.49.161) 댓글 0건 조회 2,513회 작성일 21-12-08 13:24본문
중앙아시아 고려인 후손들 한국 돌아와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서 한국어 배우며
가수, 통역사 등 코리안 드림 키워
“세 가지 소원은 여행, 한국인 친구,
교복 입기... 이들은 우리의 자부심”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서 한국어 배우며
가수, 통역사 등 코리안 드림 키워
“세 가지 소원은 여행, 한국인 친구,
교복 입기... 이들은 우리의 자부심”
지난달 초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이끈 독립투사 홍범도 장군은 조국 해방을 불과 2년 앞두고 1943년 이역만리 타국 카자흐스탄에서 숨을 거두었다. 1937년 스탈린이 연해주 한인들을 중앙아시아로 쫓아내면서 벌어진 비극이었다. 강제 이주 후 그는 극장 문지기로 살았다.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 연해주로 끌려간 우리 동포는 주로 중앙아시아 등지에 뿔뿔이 흩어졌다. 50만 명가량 거주하고 있는데, 한국으로 귀환하는 후손들이 2010년 중반부터 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에 입국한 고려인은 8만 5천여 명에 이른다. 안산, 인천, 경주, 광주에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고 있다. 소련의 민족 억압정책 때문에 2세대부터는 한국말을 잘하지 못한다. 그 탓에 한국 사회 적응이 쉽지 않다. 대부분 작은 공장에서부터 일을 시작한다.
독립운동가 강상진은 1973년 모스크바에서 눈을 감았다. 강상진은 1957년 소련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고, 1995년에는 우리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그의 손자 알렉스는 누나와 함께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으로 왔다. 알렉스는 한국말이 서툴다. 국내 유일 고려인 학교인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지난달 말, 로뎀나무국제대한학교는 전교생 40여 명이 강릉과 인제, 고성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가 이들의 2박3일 일정에 동행했다.
▶ 강릉 오죽헌 둘러보고, 명주동에서 교복 체험
안성에서 출발한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학생들은 강릉에 도착해 오죽헌에 들렀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전통가옥을 살펴봤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강릉의 ‘힙지로’ 명주동이다. 고려시대부터 사용한 관청이 남아 있는 강릉 중심이였으나 한때 사람 발길 줄어든 원도심이었다. 2010년 들어 아기자기한 골목과 새로 터 잡은 카페며 식당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여기서 학생들은 근대 의상과 교복으로 잔뜩 꾸미고 나들이를 했다. 소학섭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는 교복이 없다. 고려인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교복 입은 모습을 부러워 한다”고 귀띔했다. 다소 촌스러운 1970년대 교복 복장이지만 신기하고 즐거워하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 푸른 동해 감상하고 쓰레기 수거 활동 동참
예카테리나는 차창 밖으로 푸른 물결이 일자 눈을 떼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계속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물어보니 강릉은 처음이었다. 모든 학생이 처음이라고 했다. 고려인 학생들의 고향인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를 맘껏 감상했다. 유명하다는 강릉 커피도 마셨다. 그뿐 아니라 아침에는 쓰레기도 주웠다. 파도 파도 나오는 술병과 담배꽁초, 무엇보다 문제는 폭죽 부산물이었다. 쓰레기 줍기 체험을 인솔한 자원순환 시민강사 박미순 씨는 “내 고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있다”며 “특히 폭죽에서 나오는 고무는 오랫동안 분해가 되지 않는다”고 염려했다. 숯덩이를 찾아낸 아나스타샤는 “바다 산책도 좋았고, 자연을 위해 노력하는 일도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통일전망대에서 접한 연해주 한인 이동 경로
고성에 들려서는 안보학습을 했다. 한반도의 허리가 뚝 잘린 분단의 현장을 찾은 날에는 비가 내려 금강산과 해금강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통일전망대의 전시물을 유심히 관찰했다. 잠시 소학섭 교장이 멈춰 섰다. 고려인의 이동 경로가 담긴 큰 지도 앞에 선 소학섭 교장은 손으로 경로를 그리며 설명했다.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강제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를 당했다. 누군가 얼어 죽으면 시체로 찬 바람을 막았다. 시체가 썩으면 중간 정차역에서 버렸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듣는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이어 소학섭 교장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미래”라며 “언젠가 여러분의 아들과 딸이 대한민국을 지킬 날이 올 것이다. 어디서든 당당하라”고 당부했다.
▶ 전통 가마솥 밥 짓기와 도리깨 놀이, 그리고 모닥불 공연
인제에서는 한국의 전통놀이와 가마솥 밥 짓기를 체험했다. 도리깨질을 릴레이 경주와 접목한 놀이에 신나게 땀을 뺀 후에 가마솥으로 밥을 지어 먹었다. 후후 불어먹고 나서는 ‘불멍’ 시간을 가졌다. 지글지글 모작 불에 감자와 마시멜로를 구웠다. 이어 숨을 멎게 하는 아나스타샤의 공연을 감상했다. 그녀는 가수를 꿈꾼다. 친구들 앞에서 프랑스 노래를 열창했다. 이어 소학섭 교장이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한국 와서 좋은 점’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말을 아끼며 나서기를 꺼리더니, 한 명이 "교장 선생님"이라고 선수를 치자, 봇물 터지듯 나오는 말은 “교장 선생님”였다. 소학섭 교장이 다른 거 얘기하자고 하자 "화장실이 깨끗하다" 같은 재밌는 답변이 나왔지만, 다시 “우리 친구들”, “로뎀학교”, "우리, 지금, 여기" 라는 답변에 이어졌다. 따듯한 모닥불만큼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 인제 자작나무 숲 걷고 인생 사진 찍어 주고
마지막 일정은 걷기였다. 등산 수준은 아니지만, 산길을 꽤 걸어야 한다. 인제 자작나무 숲은 1970년대 산림조성 사업으로 생겼다. 화전민이 자작나무를 심고 떠난 자리는 하얀 나무숲을 이뤄 시베리아 어디쯤인 듯한 풍경으로 변신했다. 방송국과 사진작가들이 우르르 몰려와 입소문을 타고 강원도의 대표적인 풍경 명소가 되었다. 눈도 즐겁고, 귀도 호강한다. ‘자작자작’ 거리는 소리 때문에 자작나무인지라,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그 바람에 더욱 운치가 있다. 학생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작나무가 약 70만 그루 빽빽이 솟은 공간에 입성하자 너나 할 거 없이 사진 찍기에 몰두했다.
소학섭 교장은 “고려인 학생들의 가장 바라는 바는 세 가지다. 한국인 또래 친구 사귀기, 여행, 교복 입기”라고 말했다. 이번 일정에서 ‘여행’과 ‘교복 입기’ 두 가지는 실현됐다. 가수를 꿈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출신 아나스타샤에게 한국에 온 이유를 묻자 “한국은 큰 나라”라고 했다. 러시아가 더 크다고 되묻자 그녀는 “러시아는 정체되어 있다. 한국은 발전하는 나라다”라고 말했다. 독립운동을 하거나 일제의 핍박에 못 이겨 연해주로 이주한 그들의 할아버지는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대신 손주들이 돌아왔다. 거의 한 세기 지나서 자식을 건너뛰고 귀환한 셈이다. 한국인은 고려인 청년들을 친구로 받아들여 줄까. 또한, 이들이 바라는 ‘코리안 드림’은 성사될 수 있을까.
소학섭 교장은 “사진이나 문서로 된 증거가 없어서 그렇지 연해주 한인들 대부분이 일제에 핍박받고 러시아에 의해 강제 이주당했다. 고국에 들어와서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로 대부분 힘들게 살고 있다”며 “고려인 학생들을 일반 학교에 보내면 왕따를 당하거나 적응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려인 학생들에게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는 희망의 공간인 셈이다. 학생들과 생활하는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자 소학섭 교장은 "학교시설이 낙후되어 비 오는날 천장에서 비가 새는 곳이 있어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 교장은 각각의 학생들 사정에 맞는 직업을 찾아주는 중간다리로 자신의 역할을 정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번 여행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김영산 사장)와 GKL사회공헌재단(이덕형 이사장)의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다. 사회적 기업 착한여행까지 힘을 보태며 고려인 학생들의 수학여행 보내기는 진행될 수 있었다.
그랜드코리아레저와 GKL사회공헌재단은 전국에 거주하는 8만5천여명의 고려인 가정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여행 테라피 중 하나로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고려인 전문 청소년 대안학교인 안성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와 함께 각 프로그램을 진행을 했다.
※사진제공 = 착한여행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 연해주로 끌려간 우리 동포는 주로 중앙아시아 등지에 뿔뿔이 흩어졌다. 50만 명가량 거주하고 있는데, 한국으로 귀환하는 후손들이 2010년 중반부터 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에 입국한 고려인은 8만 5천여 명에 이른다. 안산, 인천, 경주, 광주에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고 있다. 소련의 민족 억압정책 때문에 2세대부터는 한국말을 잘하지 못한다. 그 탓에 한국 사회 적응이 쉽지 않다. 대부분 작은 공장에서부터 일을 시작한다.
독립운동가 강상진은 1973년 모스크바에서 눈을 감았다. 강상진은 1957년 소련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고, 1995년에는 우리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그의 손자 알렉스는 누나와 함께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으로 왔다. 알렉스는 한국말이 서툴다. 국내 유일 고려인 학교인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지난달 말, 로뎀나무국제대한학교는 전교생 40여 명이 강릉과 인제, 고성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가 이들의 2박3일 일정에 동행했다.
▶ 강릉 오죽헌 둘러보고, 명주동에서 교복 체험
시나미 명주동 나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옷을 대여해 입을 수 있다. 시나미는 '천천히'를 의미하는 강릉 지역 방언이다. 예약 문의는 파랑달 협동조합으로 하면 된다. <출처 = @rodem_international(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인스타그램)
안성에서 출발한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학생들은 강릉에 도착해 오죽헌에 들렀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전통가옥을 살펴봤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강릉의 ‘힙지로’ 명주동이다. 고려시대부터 사용한 관청이 남아 있는 강릉 중심이였으나 한때 사람 발길 줄어든 원도심이었다. 2010년 들어 아기자기한 골목과 새로 터 잡은 카페며 식당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여기서 학생들은 근대 의상과 교복으로 잔뜩 꾸미고 나들이를 했다. 소학섭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는 교복이 없다. 고려인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교복 입은 모습을 부러워 한다”고 귀띔했다. 다소 촌스러운 1970년대 교복 복장이지만 신기하고 즐거워하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 푸른 동해 감상하고 쓰레기 수거 활동 동참
고려인 학생들은 경포대 해수욕장을 거닐며 바다 구경도 실컷하고,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류하는 작업도 했다.
예카테리나는 차창 밖으로 푸른 물결이 일자 눈을 떼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계속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물어보니 강릉은 처음이었다. 모든 학생이 처음이라고 했다. 고려인 학생들의 고향인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를 맘껏 감상했다. 유명하다는 강릉 커피도 마셨다. 그뿐 아니라 아침에는 쓰레기도 주웠다. 파도 파도 나오는 술병과 담배꽁초, 무엇보다 문제는 폭죽 부산물이었다. 쓰레기 줍기 체험을 인솔한 자원순환 시민강사 박미순 씨는 “내 고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있다”며 “특히 폭죽에서 나오는 고무는 오랫동안 분해가 되지 않는다”고 염려했다. 숯덩이를 찾아낸 아나스타샤는 “바다 산책도 좋았고, 자연을 위해 노력하는 일도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통일전망대에서 접한 연해주 한인 이동 경로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 노선도를 보면서 소학섭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교장이 연해주 고려인의 이동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고성에 들려서는 안보학습을 했다. 한반도의 허리가 뚝 잘린 분단의 현장을 찾은 날에는 비가 내려 금강산과 해금강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통일전망대의 전시물을 유심히 관찰했다. 잠시 소학섭 교장이 멈춰 섰다. 고려인의 이동 경로가 담긴 큰 지도 앞에 선 소학섭 교장은 손으로 경로를 그리며 설명했다.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강제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를 당했다. 누군가 얼어 죽으면 시체로 찬 바람을 막았다. 시체가 썩으면 중간 정차역에서 버렸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듣는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이어 소학섭 교장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미래”라며 “언젠가 여러분의 아들과 딸이 대한민국을 지킬 날이 올 것이다. 어디서든 당당하라”고 당부했다.
▶ 전통 가마솥 밥 짓기와 도리깨 놀이, 그리고 모닥불 공연
인제군 하추리 마을은 학생들이 단체로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다. 숙박이 가능하며, 가마솥 밥 짓기, 도리깨운동회 같은 체험프로그램을 갖췄다. 운동회와 밥 짓기 체험을 마치고는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앉았다. 가수를 꿈꾸는 아나스타샤는 친구들 앞에서 친구들 앞에서 프랑스 가수 라라파비앙의 쥬뗌므를 열창했다. 그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인제에서는 한국의 전통놀이와 가마솥 밥 짓기를 체험했다. 도리깨질을 릴레이 경주와 접목한 놀이에 신나게 땀을 뺀 후에 가마솥으로 밥을 지어 먹었다. 후후 불어먹고 나서는 ‘불멍’ 시간을 가졌다. 지글지글 모작 불에 감자와 마시멜로를 구웠다. 이어 숨을 멎게 하는 아나스타샤의 공연을 감상했다. 그녀는 가수를 꿈꾼다. 친구들 앞에서 프랑스 노래를 열창했다. 이어 소학섭 교장이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한국 와서 좋은 점’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말을 아끼며 나서기를 꺼리더니, 한 명이 "교장 선생님"이라고 선수를 치자, 봇물 터지듯 나오는 말은 “교장 선생님”였다. 소학섭 교장이 다른 거 얘기하자고 하자 "화장실이 깨끗하다" 같은 재밌는 답변이 나왔지만, 다시 “우리 친구들”, “로뎀학교”, "우리, 지금, 여기" 라는 답변에 이어졌다. 따듯한 모닥불만큼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 인제 자작나무 숲 걷고 인생 사진 찍어 주고
인제의 대표적인 풍경명소인 자작나무 숲을 함께 걸었다.
마지막 일정은 걷기였다. 등산 수준은 아니지만, 산길을 꽤 걸어야 한다. 인제 자작나무 숲은 1970년대 산림조성 사업으로 생겼다. 화전민이 자작나무를 심고 떠난 자리는 하얀 나무숲을 이뤄 시베리아 어디쯤인 듯한 풍경으로 변신했다. 방송국과 사진작가들이 우르르 몰려와 입소문을 타고 강원도의 대표적인 풍경 명소가 되었다. 눈도 즐겁고, 귀도 호강한다. ‘자작자작’ 거리는 소리 때문에 자작나무인지라,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그 바람에 더욱 운치가 있다. 학생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작나무가 약 70만 그루 빽빽이 솟은 공간에 입성하자 너나 할 거 없이 사진 찍기에 몰두했다.
소학섭 교장은 “고려인 학생들의 가장 바라는 바는 세 가지다. 한국인 또래 친구 사귀기, 여행, 교복 입기”라고 말했다. 이번 일정에서 ‘여행’과 ‘교복 입기’ 두 가지는 실현됐다. 가수를 꿈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출신 아나스타샤에게 한국에 온 이유를 묻자 “한국은 큰 나라”라고 했다. 러시아가 더 크다고 되묻자 그녀는 “러시아는 정체되어 있다. 한국은 발전하는 나라다”라고 말했다. 독립운동을 하거나 일제의 핍박에 못 이겨 연해주로 이주한 그들의 할아버지는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대신 손주들이 돌아왔다. 거의 한 세기 지나서 자식을 건너뛰고 귀환한 셈이다. 한국인은 고려인 청년들을 친구로 받아들여 줄까. 또한, 이들이 바라는 ‘코리안 드림’은 성사될 수 있을까.
경포해수욕장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학생들.
소학섭 교장은 “사진이나 문서로 된 증거가 없어서 그렇지 연해주 한인들 대부분이 일제에 핍박받고 러시아에 의해 강제 이주당했다. 고국에 들어와서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로 대부분 힘들게 살고 있다”며 “고려인 학생들을 일반 학교에 보내면 왕따를 당하거나 적응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려인 학생들에게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는 희망의 공간인 셈이다. 학생들과 생활하는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자 소학섭 교장은 "학교시설이 낙후되어 비 오는날 천장에서 비가 새는 곳이 있어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 교장은 각각의 학생들 사정에 맞는 직업을 찾아주는 중간다리로 자신의 역할을 정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번 여행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김영산 사장)와 GKL사회공헌재단(이덕형 이사장)의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다. 사회적 기업 착한여행까지 힘을 보태며 고려인 학생들의 수학여행 보내기는 진행될 수 있었다.
그랜드코리아레저와 GKL사회공헌재단은 전국에 거주하는 8만5천여명의 고려인 가정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여행 테라피 중 하나로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고려인 전문 청소년 대안학교인 안성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와 함께 각 프로그램을 진행을 했다.
※사진제공 = 착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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